“비평이란 이상함을 사랑하는 일”
끈질긴 사랑의 눈으로 포착한 예술적인 순간들
낯선 것은 어렵다는 말로 쉽게 표현된다. 현대미술도 그런 측면에서 대중들로부터 어렵다는 평을 듣는다. 평론가의 역할 중 하나는 작가와 작품을 독자에게 잘 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김지연은 『등을 쓰다듬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서의 태도를 선명히 밝힌다.
“비평이란 칼을 들어 대상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비평은 의미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일이다. 날 선 칼보다는 구체적인 사랑의 눈이 더 필요하다.” _ 본문 13쪽
그 말처럼 김지연은 ‘칼’보다는 ‘사랑’의 눈으로 작품과 작업자를 살핀다. 그렇게 탄생한 글은 온기를 품고 작품과 작업자의 ‘등’을 어루만진다. 등은 스스로 살필 수 없기에 불안하고 약한 곳이지만, 타인에게는 완전히 열린 곳이다. 그렇기에 등을 밀어주고, 어루만지고, 끌어안는 일은 사랑의 다른 표현인지도 모른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김지연은 적극적으로 작업자와 작품의 등을 쓰다듬는 사람이다. 마침내 혼자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재능을 직업으로 확장시켜가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깊이 이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능은 저 혼자 살아 숨 쉬는 생물과 같아서 처음에는 노력 없이도 쉽게 멋진 것을 만들어 내지만, 그것을 통제할 힘을 기르지 못하면 언젠간 위기에 처한다. 날것의 재능은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완성품이 아니라 연마하지 않은 광물 파편에 가깝다. 잠깐 반짝하는 혜성이 되지 않고 일생을 거쳐 빛을 내기 위해서는 자기 안의 재능을 길들이고, 다른 조각들을 이리저리 이어 붙여야 한다. 본문 81~82쪽
김지연은 날것의 광물 같은 재능을 보석으로 만드는 모든 과정을 ‘재능의 집을 짓는 일’이라 말한다. 그리고 어딘가 ‘이상한 방식으로 존재’하더라도 자기만의 집을 짓는 이들을 기꺼이 ‘사랑’하는 것을 ‘비평의 쓸모’라고 밝힌다. 이는 그간 무수한 작품들을 보면서 무수히 자신을 부수고 재편한 결과일 것이다. 그의 말처럼 좋은 작품은 “하나의 정답을 건네기보다는 닫혀 있는 공간에 균열을 일으키는 존재”이므로.
『등을 쓰다듬는 사람』은 인간 김지연과 비평가 김지연이 예술적인 순간을 발견하고 통과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들 또한 그 과정을 함께 수행하며, 읽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당신의 등을 어루만지는 손길과 온기를 내내 지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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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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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쓰다듬는 사람